코로나로 '연탄 보릿고개' 겪는 소외계층…"여름까지 필요"
2022. 02. 27 / 연합뉴스 / 홍규빈 기자
◆ 후원·자원봉사 급감…"올해 목표량보다 47만장 부족"
◆ 구룡마을 "불구멍 막으며 아끼는 중"…고령자에 양보하는 온정도

활기차게 골목길을 걷는 연탄 자원봉사자
"연탄 봉사로 들어오는 차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지난 25일 오전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다소 포근해진 날씨와 함께 연탄 나눔을 위해 마을을 찾은 자원봉사자들 80여명으로 골목에도 오랜만에 온기가 들어섰다. 아이들도 작은 등에 나무지게를 지고 연탄을 하나둘씩 옮기는 모습에 판자촌 주민들은 고맙고 흐뭇하다는 듯 마스크 너머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27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으로 추위를 버티는 에너지 빈곤층의 올해 겨울은 좀 더 길고 혹독할 전망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연탄 나눔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하면서 연탄은행에 들어오는 연탄 후원 수도 덩달아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9년 동절기(10월∼다음 해 3월)에는 443만6천장을 후원받아 2만558가구에 손길을 내밀 수 있었지만, 2021년 동절기에는 지난달까지 207만7천장 후원, 1만3천408가구 나눔에 그쳤다. 당초 목표량인 250만장보다 43만여장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처음 맞은 2020년 동절기(182만4천장 후원·1만201가구 나눔)보다는 나아진 상황이지만 소외 이웃들의 겨우살이를 보듬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자원봉사자 수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2019년 1만7천256명에서 2020년 6천254명, 2021년 8천348명으로 급감했다.

판자촌의 연탄재
연탄은행 관계자는 "봉사자가 없다 보니 직원들이 직접 배달하기도 했고 배달업자를 통해 지원하기도 했다"며 "배달료가 붙으면 한 장에 800원이던 것이 1천∼1천500원까지 오른다. 결국 나눌 수 있는 연탄 양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만난 구룡마을 주민들도 따뜻한 도움의 손길에 고마워하면서도 앞으로 남은 추위를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는 막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령과 각종 질환으로 추위에 약한 탓에 5, 6월까지도 연탄이 필요하고 무더운 여름철에도 실내를 가득 채우는 습기를 없애려면 주기적으로 연탄을 떼줘야 하기 때문이다. 빨리 찾아올지 모르는 동장군에도 대비해둬야 한다. 박모(67) 씨는 "집이 노화하고 웃풍이 심해 하루에 연탄 4장을 때도 그렇게 따뜻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하루에 2∼3장만 때고 있다"며 "여름에 연탄이 부족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 일손을 거들던 유모(64) 씨는 내복을 2장씩 껴입는다며 "9월부터 5월까지 연탄을 때는데 한 달에 100장씩 잡아도 900장은 필요하다"며 "예전에는 그중 400장을 나눔 받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200장밖에 못 받는다"고 전했다. 옆에 앉아있던 최모(65) 씨도 "여기는 산 밑이라 다른 곳보다 기온이 2도 정도 낮다"며 "날씨가 좀 풀리면 연탄 불구멍을 막으면서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룡마을 주민들은 따뜻한 정만큼은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최씨는 "더 노약하신 할머니들한테 연탄을 양보했다. 우리도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죠"라면서 "여기선 우리가 젊은 편이 거든"이라고 말하곤 웃어 보였다. 최씨는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봉사자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따로 와서 봉사활동도 하는데, 우린 여유가 없어서 못 하지만 주위에라도 나누고 살아야지"라고 했다.

연탄이 부족한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