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밥상공동체 설립·운영 허기복 목사어린시절 '배고프다'는 말을 늘 달고 다녀 '허기진'이라고 불렸던 소년이 있었다. 친구들의 도시락을 얻어 끼니를 때웠고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기도 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오로지 믿음과 기도로 가난을 이겨냈고 이듬해 종자로 아껴두었던 콩과 팥을 내다팔아 소년의 학비를 댔다. 어느덧 중년이 된 소년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신학생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담임목사직을 내던지고 강원도 원주로 달려갔다. 원주 쌍다리 아래에 손수레 밥상으로 시작한 무료 급식 봉사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손수레 밥상'은 전국적인 봉사단체로 성장했다. 이 소년이 바로 원주 밥상공동체 허기복(50) 목사다. ◇폐지속에 담긴 희망의 모습들=허 목사는 에세이집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미디어윌)을 최근 펴냈다. 허 목사는 \\"겨자씨 같은 작은 믿음이지만 그 믿음 안에서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이 책은 밥상공동체의 성장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책에는 허 목사가 만난 '가난하지만 욕심없는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료 급식을 받으면서도 '식사 자존심'으로 늘 빈 병을 가져오시는 '봉산동 할아버지와 할머니',노숙인으로 전락했다가 밥상공동체에서 '보물상'(고물상)을 맡아 자활에 성공한 도열씨,구두수선점을 열어 아내와 재회한 이씨가 나온다. 또 주민등록조차 말소됐던 '밥상 집수리 센터' 노숙인들이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의 집들을 무료로 집을 고쳐준 사연도 있다. 허 목사는 \\"노숙인 실직자는 가난하기는 해도 탐욕이 없고 성실한 사람들\\"이라며 \\"책을 통해 폐지를 주우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와서 먹을 수 있는 장소'라는 이유로 원주 쌍다리 아래에서 무료 밥상을 차렸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깡패에게 멱살을 잡히고,개천에 내동댕이쳐지고 \\"이름 내려고 이러는 거지\\"라는 빈정거림도 많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힘을 보태주고 자활에 성공한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밥상공동체 건물이 불탔을 때 5만원을 보내준 수감자,1만원씩을 모아 3억원을 만든 '사랑의 개미군단',급식소 앞에 쌀과 연탄을 놓고간 작은 손길들을 잊을 수 없다. ◇가난은 하늘나라 교과서=허 목사는 밥상공동체를 통해 40만명에게 식사를 제공했고 연탄은행을 세워 전국 9000가정에 115만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연탄은행의 경우 2002년 이후 전국적으로 16곳이 운영중이며 예장통합이 교단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연탄 나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외에도 무료급식소 건립,무이자 무담보로 대출해 주는 신나는 은행,빈곤상담전화,자활일터인 보물상(고물상),구두대학(구두수선),뜨네 좋은가게,로드마켓 창업,노숙인 자활,무호적자 호적 취득 등 밥상공동체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허 목사는 이런 사역들에 대해 \\"가난을 옷자락처럼 달고 다녀야 했던 나는 오기로 가난과 싸워왔다\\"라며 \\"어린시절 가난한 나에게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수많은 사람들과 눈물겨운 뒷바라지와 기도를 아끼지 않으신 어머니의 대한 '사랑의 채무'에 응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허 목사는 \\"가난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늘나라 교과서로서 시금석임을 증명하고 싶다\\"며 \\"이런 긍휼사역을 통해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활활 타오르는 연탄 한 장처럼 희망과 사랑으로 타오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의 전문화 위해 노력할 것=허 목사는 올해 무주거 노인을 위한 '사랑의 집' 신축,무연고자와 영세 독거노인 및 행려병자를 위한 '납골당' 등을 준비하고 있다. 빈곤층과 쪽방생활자를 위한 '신나는 은행' 기금 1억원을 확보(현재 3500만원)하는 것과 연탄은행을 추가로 설립하고 연탄값 인상을 저지하는 것도 꼭 해야 할 일이다. 연탄은행의 경우 영세가정이 100∼200장을 주문하더라도 배달이 가능하도록 연탄배달업체와 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허 목사는 \\"지난해의 경우 개척교회에서 연탄을 요청했지만 후원 부족으로 일일이 다 지원하지 못했다\\"며 \\"많은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믿음으로 헌신된 전문인력을 구하고 키워내는 것도 밥상공동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허 목사는 \\"8년을 이어온 밥상공동체의 사역들은 대부분 후원금과 교회들에서 보내주는 선교헌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교회와 성도가 이 시대의 대안이고 정책인 만큼 각자 서 있는 곳에서 의와 진리를 회복하고 복음적인 실천적 삶을 살아야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033-766-4933). ◆허기복 목사는 누구 허기복 목사는 외환위기로 거리에 실직자가 넘쳐나던 1998년 4월 원주밥상공동체를 설립했다. 당시 허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망우동의 한 교회에서 담임을 하고 있었으나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원주 쌍다리아래에서 무료 밥상을 차렸다. 도시락업체의 도움으로 밥상공동체는 자립을 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노숙자 실직자 독거노인 등을 위한 무료급식 및 각종 자활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허 목사는 본인의 이름 '허기복'을 '허기진 사람들에게 밥(복)을 나누는 사람'이란 뜻으로 여기고 사역을 펼치고 있다. 밥상공동체는 지난해 11월 MBC 사회봉사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원주=엄기영 기자 eom@kmib.co.kr <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GS_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