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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인터뷰) 지문 닳도록 연탄 나른 허기복…"나눔은 돌아오는 행복"
2026.10.26
조회수
22
26.10.26.(월) / 연합뉴스 / 임보연 기자
전국 31곳 연탄은행·해외 지원 확산…"앞으로도 더 낮은 곳으로"
34년 7개월 현장 봉사…연탄 1억6만1천여장·무료급식 160만명
(원주=연합뉴스) 임보연 기자 = "나눔과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내게 다시 돌아오는 사랑과 행복입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가 34년 7개월 동안 어려운 이웃 곁을 지키며 내린 나눔에 대한 결론이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오랜 세월 연탄을 나른 흔적이 남아 있다.
지문이 닳도록 골목을 누비며 전국에 전달한 연탄은 1억6만1천229장,
도움을 받은 가구는 약 55만 가구에 이른다.
허 대표의 나눔은 어린 시절 하숙집을 운영한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밥을 넉넉하게 담아주던 모습에서 시작됐다.
그에게 밥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방법이었다.
서울에서 목회하며 청소년과 군 장병, 거리의 어려운 이웃을 돕던
그는 1994년 아무런 연고가 없던 원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외환위기로 실직자와 노숙인이 늘어난 1998년 4월에는 사재 2천500만원을 내놓고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밥상공동체를 시작했다.
허 대표는 "배고픈 사람을 앞에 두고 이유를 따질 수 없었다.
우선 따뜻한 밥 한 끼를 드리는 게 먼저였다"고 돌아봤다.
형편은 녹록지 않았다.
쌀이 떨어져 2주 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대접했고 '사랑의 쌀 한 되 모으기'와
'천원의 사랑 모으기' 운동을 벌여 급식비와 공간을 마련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밥상공동체 활동에 전념하려 담임목사직도 내려놨다.
가족은 지인이 빌려준 10평도 안 되는 원룸으로 옮겼고 허 대표 부부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급식과 상담, 쉼터 운영에 매달렸다.
허 대표가 생각한 복지는 밥 한 끼를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어려움에 놓인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일자리와 잠자리, 생활 기반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생각은 참여자의 형편에 맞춘 자활 일터 20곳 조성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2천937명의 취업을 연계했고 무료급식을 이용한 사람은 160만명에 이른다.
허 대표도 꾸준히 가진 것을 내놓았다.
2006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확인된 개인 기부액만 4억2천334만여원이다.
밥에서 시작된 나눔에 연탄이 더해진 것은 2002년이었다.
원주에서 연탄 1천장을 나눈 것이 연탄은행의 출발점이다.
서울과 경기에서도 지원 요청이 이어지자 1.5t 화물차에 연탄 1천장을 싣고 직접 배달했다.
한 번의 지원으로 겨울철 난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지역마다 어려운 가정을 지속해서 살필 연탄은행 설립을 확대했다.
원주에서 출발한 연탄은행은 서울과 부산 등을 거쳐 현재 전국 31개 지역으로 퍼졌다.
허 대표는 현장에서 연탄 사용 가구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빈곤층 지원 대책도 꾸준히 제안했다.
이 같은 활동은 2008년 정부의 연탄쿠폰 사업 도입으로도 이어졌다.
연탄을 나르며 마주한 생활의 어려움은 또 다른 복지사업을 낳았다.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었고 씻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목욕탕과 세탁방도 마련했다.
시민들의 참여로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과 북원노인종합복지관도 문을 열었다.
허 대표는 "현장에 가면 필요한 것이 보인다. 연탄만 놓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삶 전체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의 범위는 국경을 넘어섰다.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는 에너지 취약가정과 고려인,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지원했다.
태국에서는 미얀마 난민 어린이들의 급식과 교육을 돕고 에티오피아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후손, 취약지역 어린이들을 지원했다.
그는 "국경이 다르다고 어려움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우리가 갈 곳"이라고 말했다.
34년이 넘는 나눔의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원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재정난과 주변의 오해,
냉대를 견뎌야 했고 현장에서 위협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과 봉사자, 후원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향하게 한 힘이었다고 그는 돌아봤다.
허 대표의 봉사 시간은 3만2천736시간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1억장이 넘는 연탄과 160만명의 밥상을 자신의 성과로 돌리지 않는다.
수많은 시민과 자원봉사자, 후원자가 밥을 짓고 연탄을 나르며 함께 만든 기록이라는 것이다.
올겨울 그의 시선은 다시 난방 취약계층을 향하고 있다.
연탄 가격과 배달비가 오르고 연탄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연탄 사용 가구의 겨울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탄은행은 올겨울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사랑의 연탄 1천500만장을 나누는 운동을 추진한다.
허 대표는 "연탄을 쓰는 가구가 줄었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은 분들의 어려움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1억장이 넘는 연탄을 나르고 160만명의 밥상을 챙겼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향한다.
허 대표는 26일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곳을 먼저 찾아
더 낮은 곳으로 가는 밥상공동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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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기요금 아끼려 불도 줄였다”…노부부 집에 찾아온 작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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