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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공보] 밥상에는 '우분투'가 있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6.06.08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
26.06.05.(금) / 한국기독공보

 

1998년 IMF 외환위기의 한복판에서 원주천 쌍다리 아래 작은 밥상 하나로 시작한 밥상공동체는 어느덧 28년의 시간을 지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단지 배고픈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드리며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닫게 된 것은,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때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리 '밥상(밥상공동체복지재단)'에는 특별한 것이 참 많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차장(유모차, 자전거, 손수레)이 있고, 어르신들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 공간이 있다.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직접 진행하고 운영하는 청춘 방송국도 있다. 한글을 배우고 스마트폰을 익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며 작가로 등단하신 분들도 계신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 밥상의 어르신들은 오늘도 새로운 삶을 배우며 의미 있는 노후를 살아가고 계신다.
 
무엇보다 참 감사한 것은 이 모든 일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도움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밥상의 어르신들은 받기만 하는 분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다시 내어주려 하신다.
 
밥상은 오전 10시에 예배를 드린다. 어르신들은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시고, 예배 후에는 폐지를 주우러 가시기도 하시며, 각자의 삶터로 다시 향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밥상 예배는 일주일에 단 한 번 드려진다. 얼마 전 주일예배 때의 일이다. 이날 한 어르신께서 산에 다녀오셨다며 두릅 한 상자를 들고 오셨다. "일이 많으니 잘 드셔야 합니다"라며 일부러 시간을 내어 산에 올라 두릅을 따 오신 것이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대단히 해드렸기에, 어르신들은 늘 더 주고 싶어 하시는 것일까? 어떤 분은 직접 삶은 옥수수를 가져오시고, 또 어떤 분은 시장에서 어렵게 사 오신 음료수를 건네주신다. 심지어 필자가 잘 먹지 못하는 닭발까지 한 아름 싸 들고 오시는 분도 계신다. 어르신들은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을 더 크게 여기시는 것이다.
 
문득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언급했던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 '우분투(UBUNTU)'가 떠올랐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we are)."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는 공동체 정신이다.
 
돌이켜보면 밥상공동체는 처음부터 거창한 복지시설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일자리를 잃고 배고픔을 호소하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외로운 사람 곁에 함께 있어 주자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큰 사랑과 섬김을 배우고 있다.
 
세상은 점점 경쟁과 효율을 이야기한다.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얼마나 빠르게 성공하는지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그러나 밥상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전혀 다른 삶의 가치를 보여주신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서로를 챙기고 나누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신다. 누군가 아프면 같이 걱정하고, 보이지 않으면 먼저 안부를 묻는다. 밥상 한 끼 속에서 사람의 온기를 서로 나누며 살아가고 계신다.
 
어쩌면 오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우분투'의 정신이 아닐까? 혼자 잘 사는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 나만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공동체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밥상에는 우분투가 있다. 따뜻한 국 한 그릇 속에, 투박한 두릅 한 상자 속에, 그리고 서로를 향한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우분투'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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