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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로드나인 온기 나누러 왔습니다" 남태령 취약계층 연탄 배달 현장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6.03.06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7
26.03.04.(수) / 뉴스포스트 / 김윤진 기자
 
지난달 27일 엔엑스쓰리게임즈 구성원들이 로드나인 연탄 나눔 봉사활동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김윤진 기자)
 
엔엑스쓰리게임즈, 취약계층에 연탄 배달
'로드나인' 이용자들 기부금으로 연탄 구매
김효재 PD "이용자들과 함께해 뜻깊다"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 깊숙한 곳에는 주거용으로 개조한 허름한 비닐하우스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평균 연령 7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어르신들이 거주한다. 도시가스가 들어올 수 없어, 난방을 위해 연탄이나 기름보일러를 때는 에너지 취약계층이기도 하다.
 
동절기 한 집에서 한 달에 쓰는 연탄은 평균 200~300장이다. 한 장에 10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저렴한 연료는 아니다. 연탄산업의 사양화로 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연탄과 기름보일러 외에 선택지가 없다.
 
MMORPG '로드나인' 이용자들은 이 비닐하우스촌 어르신들과 온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2월 게임에서 기부 패키지를 구매했고, 개발사 엔엑스쓰리게임즈가 수익금 전액을 연탄 구매에 사용했다.
 
스마일게이트 사회공헌 재단법인 희망스튜디오는 로드나인 이용자들의 기부 취지에 부합하는 취약계층 전담기관을 물색했다. 그렇게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을 통해 연탄을 조달했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에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59000곳을 웃돈다. 서울·경기에 1500, 여기 비닐하우스촌에는 40곳이 있다. 엔엑스쓰리게임즈 구성원 40여 명은 지난달 27일 이곳에 직접 방문해 연탄을 배달했다.
 
낮 1시 50분.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남태령역 1번 출구 앞에 모였다. 운영 측이 사전 공지한 대로 드레스코드는 대체로 블랙을 맞춰 왔다. 옷 버릴 걱정 없이 봉사활동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전원마을에서 가장 넓은 길을 따라 주택가를 가로지르면 비닐하우스촌에 다다른다. 이곳에 들어서자 시골에서도 볼 수 없는 낯선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까만 농업용 차양막을 두른 비닐하우스와 곳곳에 타고 남은 연탄재들이 보였다.
 
마을 공터에서는 어르신들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다란 냄비 앞에서 봉사자들을 반겼다. 엔엑스쓰리게임즈 구성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듯, 어르신들도 이들이 몸을 녹일 따뜻한 어묵국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모두 집결하자 밥상공동체복지재단 관계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연탄 배달 봉사활동의 의의와 절차에 대해 소개했다. 관계자 옆에 수북한 연탄들. 한 장의 무게는 대략 3.65kg. 사람의 평균 체온 36.5도가 떠오르는 수치다. 그래서 온기를 나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봉사자들은 지게에 연탄을 싣고 집집마다 옮긴다. 작은 지게에는 4장, 큰 지게에는 8장을 올리는 것이 적정량이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관계자는 "욕심이 난다면 지게에 12장, 양손에 1장씩 채워도 상관 없다"는 우스갯소리로 승부욕을 자극했다. 기자는 거구를 자랑하는 김효재 로드나인 PD가 실제로 14장을 이고 가는 모습을 목도하기도 했다.
 
설명을 들은 봉사자들은 차례로 줄을 서서 장비를 받아들었다. 빨간 조끼, 검정 팔토시, 비닐장갑, 목장갑을 순서 대로 장착하고 지게 앞으로 모여 들었다.
 
사내에서 2:1의 경쟁률을 뚫고 봉사활동 참가자로 선정된 이들이기 때문인지 의욕이 느껴졌다. 연탄을 살면서 처음 본다는 젊은 구성원도 있었다.
 
기자도 지게를 매고 이들을 뒤따랐다. 한 번에 9장, 약 32kg의 온기를 나누며 봉사자들의 노력을 몸으로 기록했다. 손수 들어 보니,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탄 19장을 날랐다는 가수 션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각 집 창고에는 연탄을 적재하는 2인 1조가 대기했다. 묵직한 연탄 250장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는, 고되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다.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너비의 골목에는 연탄을 넘기려는 이들로 길게 웨이팅이 걸렸다.
 
지게를 비우고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았다. 기자도 짐을 내리고 보니 이해가 됐다. 결린 어깨가 풀린 것처럼 평소보다 가벼웠다.

 
네 번 왕복한 직후에는 창고 임무도 맡게 됐다. 지게 위 연탄을 덜어 창고 안쪽의 봉사자에게 전달하는 중간다리 역할이었다.
 
옮기면서 연탄의 수를 입으로 셌는데, 서른 다섯 개째에서 그만 숫자를 까먹어버렸다. 다행히도 같은 조를 이룬 봉사자가 더블체크해서 혼선을 피할 수 있었다.
 
잠시 협업을 하게 됐을 뿐이지만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그에게 "테트리스를 잘 하시냐"고 말을 붙였다. 게임사 구성원이라고 해서 모든 게임을 잘하는 건 아닌 듯했다. 그래도 연탄 테트리스 실력은 출중했다.
 
봉사활동 참여 동기에 체격이 남다른 김효재 PD의 무력이 작용했냐는 추궁에는, 그가 미소지으며 "전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답했다.
 
그렇게 농담과 연탄을 주고받는 사이에 어느덧 창고를 가득 채웠다. 이날 마지막으로 작업이 완료된 창고였기에, 서로 고생했다 인사하고는 다시 마을 공터로 돌아갔다.
 
낮 3시 10분. 각자 온기를 나누고 온 봉사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향긋한 어묵꼬치를 집어 들고 후기를 공유하는 중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20년 넘게 전개한 운영 측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이른 때였다.
 
봉사자들이 벗어둔 장갑들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장갑과 팔토시 사이에 노출된 손목은 까만 팔찌를 찬 것처럼 변했다.
 
또 며칠 전부터 다시 쌀쌀해진 탓에 여기에 모였을 때 다들 외투의 두께가 저마다 달랐는데, 봉사활동을 마쳤을 때는 모두가 "덥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반팔 차림도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효재 PD로부터 연탄 나눔을 생각한 배경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추운 날씨에 더 의미있는 일들을 구성원들과 논의하다가 추진했다"며 "지난해 혹서기 냉방용품 지원 사업에 다녀온 구성원들의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참여 희망자도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활동을 하고 나면 사내 분위기가 밝아진다"며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사회공헌이기에,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어 더욱 뜻깊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부·봉사 플랫폼 희망스튜디오에는 현재 '온기 보급 퀘스트'라는 이름의 펀딩 프로젝트도 개설돼 있다. 이 캠페인 모금액 전액은 남태령 전원마을의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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