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월요일,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과 숙연함이 있었습니다.
먼 이국땅 키르기스스탄에서 조국 대한민국을 찾은 고려인 독립유공자 후손, 김 스베틀라나 레오니도브나 님을
모시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서는 뜻깊은 동행의 날이었습니다.
스베틀라나 님은 일제강점기 만주 벌판에서 군자금을 모으고 독립군들을 보살피며 신한농민당 여성부장으로 헌신했던 김온순 선생,
평생을 조국 광복에 바쳤던 김광희 선생 부부의 후손입니다.
지난 9월 22일과 23일,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의 자리에서 따뜻한 온기를 먼저 나누었던 스베틀라나님.
그리고 9월 28일, 마침내 조부모의 숨결과 숭고한 헌신이 잠들어 있는 대전현충원을 찾아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인사를 직접 건넸습니다.
비석에 헌화하고 조용히 머리를 숙인 스베틀라나 님의 눈가에는 긴 세월과 국경을 건너온 벅찬 눈물이 맺혔습니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선조들의 삶과, 타향에서도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온 후손의 삶이 맞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의 참배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깊은 예우와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국가보훈부 강윤진 차관이 직접 동행해 헌화와 참배를 함께하며 정부 차원의 따뜻한 위로와 경의를 표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해온 배우 정애리 님도 함께 자리해주셨습니다. 정애리님도 6·25 참전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누구보다 보훈가족의 아픔과 긍지를 공감하며,
스베틀라나 님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고 묘역을 함께 걸었습니다. 독립의 역사와 호국의 역사가 대전현충원이라는 한자리에서 만나 서로를 보듬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눔은 단순히 끼니와 물품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고, 조국을 위해 청춘과 가족을 바쳤던 선열들과
그 후손들의 삶을 따뜻하게 지켜내는 것 역시 우리가 다해야 할 소중한 책임입니다.
"머나먼 타국에서도 늘 조국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오늘 이렇게 환대해 주시고 선조들의 넋을 함께 기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스베틀라나 님이 남겨주신 감사 인사는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큰 울림으로 돌아옵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숨은 영웅들과 그 후손들이 외롭지 않도록,
가장 따뜻한 밥상과 온기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곁을 지키겠습니다.
뜻깊은 걸음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