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코 끝 시린 겨울입니다.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날은 차갑지만 거리에 하나 둘 켜지는 트리와 불빛들을 보면 괜스레 설레어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연말과 성탄이 성큼 다가온 이 시기,
예년에는 추운 날씨를 녹여주듯 따뜻한 소식들이 참 많았는데, 나날이 매서워지는 겨울 탓인지 그런 소식들이 많이 줄어든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을 섬기고 있는 허기복 목사입니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참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와 동시에 예전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주변을 살피며 이웃과 마음을 나누던 순간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고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 안에서 우리의 작은 도움의 손길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매년 찾아오는
겨울은 기후위기 속에서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는 또다시 살아냄과 견뎌냄을 걱정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특히 가장 약한 이웃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닿습니다.
저는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펜을 들었습니다.
“노원구 불암산 자락, 골목마다 허연 연탄재가 쌓인 희망촌에 한 이웃이 있습니다.
일 년 내내 연탄을 때는 이 집은 현관부터 허리를 깊숙이 숙여야 들어설 수 있습니다.
등이 굽은 채 서 있다 비좁은 연탄 아궁이로 들어가 익숙하게 집게를 들고 연탄을 가는 어르신은
“이 시커먼 게 우리 식구 목숨줄”이라며 “내가 살아서 움직 이는 동안은 절대 못 꺼뜨린다”고 말하셨습니다.
도시가스 배관이 없는 그곳에선 연탄이 유일한 취사도구이자 그들의 생명줄입니다. 연탄은 단순히 방을 데우는 연료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은 그 연탄불로 밥을 짓고 물을 데우며, 씻고 빨래하는 등 생계를 유지하는 모든 일에 연탄을 사용합니다.
연탄 한 장이 누군가에게 ‘하루의 생존’이 되는 이유입니다.
서대문구 개미마을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파른 비탈과 좁은 골목 탓에 이곳 역시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겨우내 연탄으로 추위를 나야 할 주민들께 인사를 전하기 위 해 들어간 집안은,
얼룩덜룩한 단열재를 덧댄 천장과 방 안은
연탄 아궁이로만 온기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비싼 기름보일러는 씻을 물을 데울 때만
잠깐 켜는 게 전부입니다. 얼굴을 마주한 어르신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걱정이
교차했습니다.
“올겨울은 또 어 찌나나 걱정이지. 하루에 연탄을 여덟 장은 때야 혀.”
어르신은 낡은 연탄보일러를 가리키며 말을 이으습니다. 한겨울을 나려면
연탄 2천장이 훌쩍 넘게 필요하다고 하시며 “기름값은 한 달에
40만 원씩(연탄 월 15만원) 드는데 어떻게 감당해.
연탄은행에서 주는 거 아니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겨울에 얼어 죽는다. 이거 없으면 못 산다”라며
저의 손을 꽉 잡으셨습니다.
도시가 발전하며 연탄사용 가구가 다소 감소하여, 서울의 연탄공장들이 문을 닫고 운송비와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에
남은 사람들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마을에는 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기며 어르신들은 고립됩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탄 소비량은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이 연탄은
그저 연료가 아니라 생존입니다.
겨울에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4월 초순까지는 연탄을 사용하기에 이분들에게는 아직도 최소 4개월(600장)을 사용할 연탄이
더 필요합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금년 500만 장의 연탄 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11월 말 기준 100만 장의
연탄을 나누었습니다. 봉사자들을 모집하여 직접 연탄을 배달하며 배달비 없이 나눔을 하고, 거리 모금도 진행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살을 에는 추위에 생존을 걱정하시는 어르신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도시의 빈민지역, 농어촌 시골 마을의 연탄가족들은 벌써부터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중에 있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많은 격려와 후원은 우리에게는 소외된 이웃들을 더욱 세심히 살피어줄 원동력이 되었고,
차가운 겨울을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연말 선물이 되어주었습니다.
가장 추운 겨울날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주는 연탄은 그저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태워 온기를 내어줄 때
비로소 사람을 살립니다.
연말을 맞아 연탄처럼 활활 타오를, 얼어붙은 세상을 따뜻하게 녹여줄 불씨를 기대합니다.
나눔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그 마음 하나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올해 성탄을 맞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성스러운 연탄(성탄)”을 선물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일지라도 온기가 닿으면 겨울은 다시 녹아내립니다.
(연탄 1장 9백원, 10장 9천원, 100장 9만원, 1000장 90만원)
.... 해서 망설이다 망설이다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저 죄송합니다.
섬김이 허기복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