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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가 꺼뜨린 기부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20.09.11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183

코로나가 꺼뜨린 기부

2020.09.11 / 경향신문 / 최승현 기자

 

연탄은행 정기 후원자들
“지원 어렵다” 통보 잇따라
상반기 기부 수량 59% ‘뚝’
배달 봉사자도 54%나 줄어
에너지빈곤 10만가구 ‘시름’


코로나가 꺼뜨린 기부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난 후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지니 벌써부터 난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9일 오전 강원 춘천시 당간지주길 대로변 인도 옆에 붙어 있는 서모 할머니(78) 집. 기와·슬레이트 지붕의 허름한 단층짜리 주택의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서씨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연탄광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씨는 “가을·겨울철을 보내려면 연탄이 1300~1400장 정도 필요한데 지금 10여장밖에 남지 않았다”며 “1년에 한 번 동사무소를 통해 400장 정도 지원받는데 나머지를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각종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79)과 함께 1200만원짜리 전세인 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서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몸이 아픈 데다 별다른 수입원도 없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벅찬 형편이다. 이로 인해 이들 부부는 복지관에서 지원해주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서씨는 “솔직히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같은 사람을 도와주는 봉사단체인 연탄은행의 지원을 바라며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홀몸노인과 형편이 어려운 노부부 등이 많이 거주하는 춘천시 소양로 기와집골 40여가구와 효자동 버드나무골 20여가구, 후평1동 돼지골 20여가구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엔 연탄을 수월하게 지원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후원의 손길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창 춘천연탄은행 대표(62·목사)는 “벌써부터 곳곳에서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연탄 기부가 예년에 비해 40~50%가량 줄어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매달 5000~1만원가량 정기적으로 기부하던 개인 후원자들도 경제 여건이 어려워져서인지 잠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홀몸노인 등 고령자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지난 22년간 연탄 나눔운동을 벌여온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등 전국 31개 연탄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해 다가올 겨울이 에너지빈곤층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는 올해 상반기 동안 기부받은 연탄은 63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4만장에 비해 59%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탄 배달 봉사자도 3595명으로 지난해(7796명)에 비해 54% 줄었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 회장은 “전국적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어려운 이웃이 10만가구에 달한다”며 “사랑의 연탄을 달동네 등에 나눌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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