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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영세가정서 보내온 편지 500통…결국 정부도 움직였죠”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9.02.28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91

"전국 영세가정서 보내온 편지 500통…결국 정부도 움직였죠”


2019.02.28 / 강원일보 / 오윤석 기자님


 


◇연탄가격 동결 피켓을 든 허기복 회장. 허 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연탄가격 고시조차 외면한 채 한밤중 19.6%나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며 연탄 한 장 가격이 고지대 배달료를 포함하면 900원을 넘어서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탄가격 인상에 반대하며 청와대까지 올라가 한 달 동안 1인 시위를 벌인 허기복 연탄은행 전국협의회장. 그는 에너지빈곤층의 현실을 대통령에게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사진왼쪽부터) 원주=오윤석기자

공청회 없이 3년 새 연탄값 50.8% 인상…연탄 한장 배달료 포함 900원
정부 정책 가격 인상에만 몰두 대통령께 현실 알리고자 청와대 앞 시위
에너지정책협의회 `가격 이원제 도입·쿠폰 제도 개선' 질 좋은 정책 기대

“에너지 빈곤층의 연탄 사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연탄가격을 올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허기복 목사의 언성은 높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 실린 힘은 단호했다. 그는 몇 년간 이어진 연탄가격 인상에 반대하며 최근 청와대까지 올라가 한 달 동안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대국민서명운동도 벌였다. 밥상공동체 조성과 운영으로 유명한 그를 이번에는 연탄은행 전국협의회장 자격으로 27일 원주에서 만났다.

대국민 서명에 6만여명 동참 큰 버팀목

■연탄가격 인상 반대 운동에 국민의 호응이 컸던 것 같다=“청와대 국민청원운동에는 2,263명, 대국민 서명운동에는 6만1,334명의 국민이 동참해 주셨다. 이 같은 힘이 정부로 하여금 연탄가격 문제를 논의할 민관협의회를 만들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대부분이 비싼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이 저렴한 연탄이라도 때며 살겠다는 삶의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주장을 이해해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연탄가격 인상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에너지 빈곤층이 연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이유는 값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나마 밥을 해먹고 전기 요금도 내는 등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연탄을 주난방으로 사용하는 가구의 한 달 총소득이 보통 25만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데 연탄가격이 자꾸 오르게 되면 이들은 생존을 위해 총 소득에 절반 이상의 돈을 지출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3년 사이 연탄가격을 300원(50.8%)이나 인상했고 10년 동안 연탄가격 인상에 대한 공청회조차 하지 않는 등 서민들의 생활을 무시하고 있다.”

사재기 우려 기습 인상? 어불성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것인가=“그렇다. 지난해 11월에는 연탄가격 고시조차 외면한 채 한밤중에 19.6%나 기습적으로 연탄 가격을 인상해 현재 연탄 한 장 가격이 800원에 달한다. 정부는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연탄 가격을 인상했다고 하지만 에너지 빈곤층들은 적재 장소도 마땅치 않아 사재기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고지대 달동네, 도시빈민지역, 농어촌 산간벽지 등은 배달료를 포함하면 900원을 넘어 서민들은 넋 놓고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연탄가격이 매년 상승하면 그들은 생존의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현실 감안도 없이 큰 폭으로 인상한다면 서민들은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탄을 아끼며 춥게 지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현상황 알았다면 방치 않았을 것

■청와대 앞에서 한 달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장소를 청와대 앞으로 정한 이유는=“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머니가 연탄 수레를 끌고 가실 때 자신은 뒤에서 밀었다고 했다. 대통령께서 서민들의 이런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연탄 가격 인상을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에게 에너지 빈곤층의 현실과 아픔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됐다. 정부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연탄가격을 평균 2년1개월에 한번꼴로 총 7번 인상했다. 여기에 2020년까지 계속 연탄가격을 최고가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조차 과거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며 연탄가격 인상에만 몰두하려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빈곤의 고착화만 양산하는 처사라고 판단했다.”

■결국 정부와 민관에너지정책협의회(가칭)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청와대 앞에서 한 달간 시위를 하는 동안 전국 31개 지역 연탄은행 대표와 연탄 전문 활동가, 자원봉사자 등 600명 이상이 참여하며 힘을 보태 줬다. 또 김정희 원주시의원은 청와대에 3번 방문해 도움을 주는 등 원주시의회를 비롯해 10곳의 전국 지방 시·군의회가 `연탄가격 인상 철회 결의안과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전국에 있는 연탄사용 영세가정과 영세노인 등 가정에서는 “연탄값 인상은 안 된다”며 “연탄가격 인상을 막아주세요”라는 편지와 글을 500통 가까이 보내왔다. 그분들의 힘이 컸다. 정부도 결국 이런 여론을 확인했기 때문에 협의회 설치에 합의하지 않았나 싶다.”

에너지 빈곤층도 부익부 빈익빈 나타나

■기본적으로 연탄 문제는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우리는 연탄가격 인상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빈곤층과 달리 영리 목적이나 보조 난방용 연탄 사용자 등의 연탄가격을 달리하는 가격 이원제 등 저소득층을 위한 올바른 해법은 다양하게 있다. 에너지 빈곤층 중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연탄 지급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연탄쿠폰 대상자 선정을 보다 세밀하고 촘촘하게 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연탄쿠폰(1년에 40만6,000원 지원) 대상자는 6만3,000가구이지만 실제로 쿠폰이 필요한 대상자는 8만가구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대상자들은 동절기 한 달 평균 150장(연탄가격 인상으로 상승으로 현재 12만원), 1년에 1,000장(80만원) 정도의 연탄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닌 에너지 빈곤층은 기관과 단체 등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매년 후원이 감소하며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이 민관에너지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될 것인가=“민관에너지정책협의회는 연탄가격 결정은 물론 삶이 절박한 에너지 빈곤층의 실정을 미리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맞춤형 에너지복지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시민운동을 하는 연탄은행과 한국광해관리공단, 연탄공장 관계자, 에너지 빈곤층과 관련된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구성돼야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질 좋은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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