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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금탄' 됐다… 거리로 나온 '에너지 빈곤층'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9.01.24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185

'연탄'이 '금탄' 됐다… 거리로 나온 '에너지 빈곤층'

[이슈톡톡] 에너지 빈곤층 청와대 앞 시위


2019.01.23 / 세계일보 / 안승진 기자님


 

정부가 최근 3년 사이 연탄값을 50.8%(300원) 인상하자 난방을 위해 연탄을 사용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 5만여명이 연탄값 인상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고, 일부 빈민촌 노인은 청와대 앞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탄값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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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박해숙(84)씨가 보일러 안의 연탄을 갈고 있다. 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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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김점녀(83)씨가 사용하는 연탄보일러.

◆ 엄동설한 ‘연탄값 인상 반대’ 나선 노인들

23일 사회복지재단 ‘연탄은행’에 따르면 서울 내 가장 연탄을 많이 사용하는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주민 16명은 오전 11시쯤 청와대 앞을 찾아 연탄값 동결을 위한 릴레이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연탄은행의 연탄봉사자들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자 고령의 빈곤층 가정이 직접 시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마을 주민은 대부분 고령이다. 가정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김기분(73)·김영수(83)·서춘자(79)씨가 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김점례(75)·최영무(86)·안금옥(75)씨는 발언대에 올라 연탄값 인상에 따른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로 했다.

직접 시위에 나서기 힘든 빈곤층 노인들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삐뚤삐뚤한 손편지를 적었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이상례씨는 “어려운 시민은 어떻게 사냐”며 “연탄값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권오빈씨도 “서민의 연료 연탄이 금탄이 됐다”며 “추위를 견디기 위해 한밤중 자다가도 일어나 연탄을 가는 등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살아가는 14만 연탄 저소득층이 있다”고 연탄값 인하를 촉구했다. 연탄값 인상을 반대하는 대국민서명운동에는 현재 5만여명이 참여했고,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온 관련 청원도 지난 22일 현재 160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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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노인들이 연탄값 인상에 반대하며 문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 연탄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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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00원이었던 연탄값…최근 1000원으로 급등

연탄가격은 정부의 ‘G-20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계획’ 후속조치로 최근 3년간 50.8%(300원 수준) 치솟았다. 그동안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 보조금을 통해 생산원가 이하로 연탄을 판매했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생산원가 수준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2015년 500원 수준이었던 연탄 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800~1000원이 돼 ‘금(金)탄’ 소리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 대부분이 고령 에너지 빈곤층이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저소득층 6만4000명을 ‘연탄쿠폰 지원대상’으로 지정하고 한해 지급되는 31만3000원의 연탄 지원금액도 40만6000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원금으로 살 수 있는 연탄은 400여장에 불과해 겨울 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2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의 답변도 없고 나서 주는 인사도 없자 어르신들이 엄동설한에 직접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바라는 건 이미 금탄이 됐으니 금년에는 연탄값 인상하지 말고 연탄을 떼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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