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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쥐여준 50만 원 21년째 나눔 잇는 이유죠”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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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쥐여준 50만 원 21년째 나눔 잇는 이유죠”

-만남 & 마음 & 이야기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


2019.01.22 / 국방일보 / 유윤경 기자님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는 계절, 아직도 우리나라엔 14만 가구 정도가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난방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빈곤층에게 유일한 선택지는 연탄뿐이다. 이렇게 겨울을 나기 힘든 어려운 이들에게 20년째 무료로 연탄 나눔 봉사를 하며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곳이 있다. 바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후원과 봉사의 손길로 연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허기복 대표를 만나 보자. 우리나라 에너지 빈곤층은 150만 가구 정도. 예년보다 더 혹독한 한파가 몰아치는 이번 겨울, 에너지 빈곤층들에게는 유일한 난방 수단인 연탄 한 장이 주는 온기가 절실하다.

30만 가구에 연탄·쌀 무료 보급

허기복 대표가 이끄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20여 년 동안 에너지 빈곤층 등 약 30만 가구에 연탄 5000만 장 이상을 무료로 보급하는 등 연탄·쌀 나눔, 무료급식, 장학사업 등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탄은행 활동가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연탄가정을 방문, 주거환경·생활정도·건강유무·연탄지원량과 지원시기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살펴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4㎞ 반경 내 굶는 분들은 내 책임”

1997년 말, 외환위기로 나라에 경제 한파가 몰아치던 때 허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은 일이 있었다.

“한 노인이 너무 배가 고프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주머니에서 1만 원을 꺼내서 드렸는데 그때 불현듯 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죠. 그때부터 전 밥이 희망이라는 신념 하나로 아무것도 없이 무료급식소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 4㎞ 반경 이내에 여러 가지 생활환경으로 굶거나 먹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면 그건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허 대표는 처음 몇 년간은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정말 신념 하나로 시작한 밥상공동체 사업은 지난 2002년, 연탄이 없어 냉방으로 기거하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서 연탄을 나누는 연탄은행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허 대표의 연탄 나눔은 그렇게 시작됐다.



연탄 하나 3.6㎏ … 대부분 달동네

21년째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꾸준한 자원 개발, 후원, 봉사자를 모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연탄봉사는 한번에 2시간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하나에 3.6㎏의 무게가 나가는 연탄을 손수레에 끌고, 지게에 지고 옮겨야 하는데 연탄 가구는 대부분 산자락 등의 달동네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다행히 주말에는 연탄 봉사의 손길이 넘친다. 3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연탄 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일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많은 시간을 내기는 힘들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봉사도 하다 보면 중독이 돼서 안 하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일에)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랍니다.”



만삭 임부의 따뜻한 기증 못 잊어

사실 연탄은 겨울뿐만 아니라 방이 눅눅해지고 곰팡이가 생기는 장마철에도 쓰인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연탄은행이 나선다.

정말 연탄은행은 계절이나 시기와 상관없이 바쁘고 쉴 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탄은행을 후원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어르신들이 내 손에 직접 쥐여준 50만 원부터 몇 달 후 태어날 새 생명과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만삭의 임부가 기증한 연탄 5만 장까지 모든 분들의 나눔의 손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21년째 연탄 나눔이 계속될 수 있는 거죠.”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허 대표는 연탄은행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소액일지라도 진정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장병들 봉사 앞장… 국민 마음도 지켜

허기복 대표는 국군 장병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연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며 연탄을 배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 국군 장병들이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보태서 모은 성금으로 정성스레 연탄을 구매해 지역사회에 온기를 나누고 있다.

“나라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로부터 우리 국민의 마음까지 지켜주는 장병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탄보다 따뜻한 군 장병들의 온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장당 800원 ‘금탄’ 빈곤층엔 부담

연탄 가격이 800원 대로 오르면서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가정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소비자 가격으로 장당 800원, 문제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달료가 포함돼 장당 50원에서 100원이 붙는다. 결국 가격이 천 원 가까이 되다 보니 ‘금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허 대표는 연탄가격의 상승은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극심한 아픔이라며 서민들의 고충을 대신 토로했다.

허 대표에 의하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보통 하루에 4~5장의 연탄을 때야 하고, 한 달에 150장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연탄 한 장이 아까워서 냉골에 지내는 분들도 많다. 허 대표는 연탄 가격은 오르고 기부는 줄어드는 요즘, 연탄이 금탄이 되면서 연탄 한 장 마음대로 땔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민이라고 말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만 더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연탄은행 ‘남북한 평화’의 열기로

연탄은행의 따뜻함은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까지 전해지고 있다.

2011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연탄은행을 설립했다. 최빈곤국가 고려인, 장애인,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서 연탄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을 돕기 위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평화를 향한 연탄은행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다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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