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나눔, 지금 시작하세요지금 후원하기
메인 로고 on   헤더 검색 버튼
‘금탄’된 연탄…연일 한파에도 난방 아끼는 어르신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9.01.04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14

‘금탄’된 연탄…연일 한파에도 난방 아끼는 어르신들

2019.01.03 / 국제신문 / 배지열기자

- 불황에 기업 후원도 많이 줄어
- 전국 연탄은행 靑 앞 1인 시위
- 상업·난방용 값 이원화 등 요구

“요즘은 연탄을 아껴 써야 해. 저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3일 오전 부산 서구 아미동 산복도로 좁은 골목 안 주택에서 만난 김모(80) 씨는 말을 잇다 말고 눈물을 보였다. 이날 부산 연탄은행의 자원봉사로 김 씨 집 한쪽에 연탄이 차곡차곡 쌓였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최근 연탄값이 기습적으로 인상(국제신문 지난달 31일 자 2면 보도)돼 ‘연탄이 금탄’인 사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연탄을 나누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잘 알기에, 난방을 좀 약하게 해서라도 자원봉사자들 고생을 덜어주려는 게 김 씨의 마음이다. 김 씨는 “자갈치시장에서 지게에 연탄을 싣고 나르며 45년이나 연탄을 땠다. 그런데 요즘처럼 연탄 때는 게 겁날 때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3일 연탄 소비자 가격을 장당 660원에서 765원으로 19.6% 인상했다. 최근 3년 새 개당 300원이나 올랐다. 배달료를 포함한 연탄 한 장 가격은 1000원에 달한다. 정부가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를 목표로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 올해와 내년에도 연탄값은 20%씩 추가로 오를 예정이다.

연탄은행이 나눠준 것 외에 부족한 연탄은 각 저소득 가정이 직접 사야 하지만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이들 저소득 가정은 추가로 사는 것 대신 기부받은 연탄을 아껴 쓰는 방법을 택한다. 본격적인 한파에 난방이 필수지만 마음놓고 연탄을 때지도 못한다. 임모(여·86) 씨는 “여름에는 연탄을 안 때니까 아껴뒀다가 다음 해 가을에 꺼내 쓰기도 한다. 스스로 알아서 아껴야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했다.

연탄을 보급하는 연탄은행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연탄은행은 부산에서 2500여 가구가 연탄을 때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 가구 중 정부와 연탄은행의 지원·기부로 1000여 가구가 연간 250~300장가량 연탄을 받는다. 하루 치 난방에 드는 연탄을 3, 4장 정도로 계산하면 겨우내(11~2월) 최소 400장가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탄값이 오른 데다 불황이 이어지는 탓에 기업의 후원과 기부마저 줄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40만 장 정도 후원받은 연탄이 지난해 말에는 전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부산 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는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곧 나눠주는 연탄 양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오랫동안 봐온 어르신들인데 도의적으로 어떻게 할까 싶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후원뿐 아니라 배달 봉사에 나서는 단체도 줄었다. 이날은 연제구 거제동 애광교회 중·고·청년부 학생 30여 명이 배달을 도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연탄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봉사 횟수가 줄어든 탓에 연탄을 옮길 사람을 고용해야 할 처지다.

현재 연탄은행 전국협의회는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 대표도 지난 2일 피켓을 들었다. 연탄값 인상 전 의견 수렴 과정을 제도화하고, 상업용 연탄과 난방용 연탄의 가격을 이원화하라는 게 주요 요구 사항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서명운동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는 데는 그렇게 조심스러우면서 연탄값 인상 공시는 의견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연탄이 생존과 직결되는 저소득 가정이 아직 많다는 걸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만 14세 미만
만 14세 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