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내리면서 연탄은 올려”…복지단체 화났다

원주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을 비롯한 전국 복지단체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정부가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기습적으로 연탄 값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경기침체로 기부마저 현저히 줄어 저소득층의 겨울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 31개 연탄은행으로 이뤄진 연탄은행 전국협의회는 31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간 ‘연탄이 금탄이 되고 있어요. 막아주세요’를 주제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
산업부는 앞서 11월 23일 연탄 소비자 가격을 장당 660원에서 765원으로 19.6% 올렸다. 연탄 값은 최근 3년간 장당 300원이 올라 소비자가격은 800원대에 진입했다.
“정부가 연탄 값을 3년간 50.8% 올리면서도 휘발류 등 다른 연료의 유류세를 인하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게 복지단체의 하소연이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장은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사는 저소득층이 아직 많음에도 정부는 단 한차례 의견수렴이나 공청회도 없이 생존 에너지 가격을 인상했다”며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거리로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허 대표는 이어 “배달료가 추가되는 달동네와 농어촌 산간벽지는 연탄 값이 장당 최대 1,000원까지 치솟아 저소득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탄은행전국협의회는 릴레이 1인 시위가 끝난 뒤 연탄가격 인상 철회 운동을 통해 받은 5만명 서명부를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13일에는 청와대 게시판에 연탄 가격 인상 철회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달동네인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 어르신들도 “가격 인상만은 안 된다”는 손편지를 연탄은행에 보내왔다.
전국 시군의회도 연탄가격 인상 철회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강원 원주시의회가 지난 19일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경기 연천군의회와 전북 완주군 의회도 결의안을 상정했다. 원주시의회는 “정부의 연탄가격 인상 배경이 공기업 부채 줄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돈 100원이 적다고 할 수는 있으나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대부분이 저소득층 이어서 비록 소폭의 가격인상이라도 큰 부담을 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북 전주시 의회 등도 조만간 동참하는 등 전국적으로 연탄가격 인상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연탄은행 전국협의회는 이날 대안으로 가격 이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감안해 난방용과 산업ㆍ영업용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자는 것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