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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연탄은 하얗게, 속은 까맣게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9.01.03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17

"돈 때문에"… 연탄은 하얗게, 속은 까맣게

2018.12.28 / 경인일보 / 이준석기자

한기로 가득찬 냉골방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27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쪽방촌에서 한 독거 노인이 두터운 옷으로 중무장한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온기 채우기 역부족, 일찍 일어나
'중무장'후 집밖 아궁이 연탄교체
한파 피해 인근 경로당 모이기도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돼 '값 인상'
도내 9164가구 연탄난방… 온정을

"편하게 가스보일러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해요. 얼어 죽지 않으려면 연탄이라도 때야죠."

기습 한파가 몰아친 27일 오전 7시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한 쪽방촌. 이곳에서 수년 전부터 홀로 사는 김모(82) 할머니의 아침은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다른 계절보다 1~2시간 일찍 시작된다. 

지난 밤 새것으로 갈아 넣은 연탄이 밤새 하얗게 타들어 갔지만 추운 실내공기를 덥히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추위에 잠에서 깨기가 일쑤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목도리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집밖에 있는 연탄 아궁이에서 연탄을 가는 일은 김 할머니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힘든 순간이다. 이런 노고에도 김 할머니가 거주하는 3~4평 남짓한 방의 실내온도는 10도가 채 되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그나마 연탄을 지원해주는 분들이 많아 연탄은 부족하지 않지만, 매번 연탄을 갈 때마다 아픈 허리가 더 쑤신다"며 "돈이 좀 더 있었으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방 전체가 따뜻해지는 가스보일러로 바꿨을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적으로 연탄 봉사활동을 하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541만여 가구 중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나는 가구 수는 9천164가구에 달한다.

권선구 세류동의 쪽방촌도 추운 겨울나기 중이다. 이곳 주민들 일부는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알 수 있듯이 각 집 앞 얼어붙은 도로에는 연탄 가루가 뿌려져 있다.

하지만 쪽방촌 안에서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인근 경로당을 찾으니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어르신들은 "연탄보일러가 오래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디는 너무 뜨겁고 어디는 열기가 전달이 안 돼 냉골이라 낮에는 경로당에 주로 있다"며 "워낙 싼 가격에 세 들어 살다 보니 집주인한테 수리를 부탁하기도 어려워 버티면서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방침에 따라 연탄값이 지난달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된 데다, 불경기로 인해 기부는 확 줄면서 연탄 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려운 이들이 한 분이라도 더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온정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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