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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님, 연탄니 비사서 춥씁니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9.01.02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82

"대통님, 연탄니 비사서 춥씁니다"

2019.01.01 / 조선일보 / 김승재기자

"연탄이 '금탄'됐다" 백사마을 주민 100명 청와대에 편지 보내
정부, 온실가스 감축 위해 보조금 줄여… 연탄값 10년새 2배로

연탄은행 전국협의회장 허기복 목사에게 매년 연말은 1년 중 가장 바쁜 때다. 달동네 저소득층 가구에 연탄을 배달하고, 후원 요청을 하러 전국 기업체를 방문한다. 그런데 2018년 마지막 날인 31일 허 목사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2004년 연탄은행을 시작하고 연탄값 때문에 집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탄은행은 저소득층에 연탄을 지원하는 민간 봉사 단체다. 전국 31곳이 있다. 허 목사는 서울과 강원도 원주에서 연탄은행을 운영 중이다. 그는 "3년 연속 연탄값이 장당 100원씩 오르면서 금(金)탄이 돼 고통받는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탄값 인상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편지. 오른쪽 사진은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가 31일 청와대 앞에서 연탄값 인상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연탄값은 2008년 장당 400원에서 2018년 800원으로 올랐다. 달동네의 경우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장당 1000원에 육박한다. 단칸방도 하루 5장을 때야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 허 목사는 "요즘 연탄 때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하지만 전국에 14만 가구가 연탄을 쓴다"고 했다.

연탄값은 사실상 정부가 정한다. 한국은 2010년 G20(주요 20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화석연료 정부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보조금 예산을 줄이고 가격 제한을 풀자 연탄 소비자가가 오른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탈원전 정책에 따른 보완책으로 석탄 발전소 가동은 계속 늘리고 있다.

허 목사의 연탄은행은 매년 가구당 150~200장씩 연탄을 나눠줬다. 기부는 주는데 연탄값이 올라 2018년에는 120장으로 줄였다. 이미 후원을 중단한 회사에 전화를 걸고, 가상 화폐 회사까지 찾아가 연탄 기부를 부탁했다.

정부도 저소득층에 대해 연간 40만6000원어치 연탄 쿠폰을 지원한다. 하지만 매년 연탄 사용 가구 조사를 벌이는 연탄은행 측은 "정부가 올해 6만4000가구에 연탄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부양 가능한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혜택을 못 보는 에너지 빈곤층이 4만 가구가 넘는다"고 했다.

집회를 하던 허 목사는 기자에게 외투 속에 품고 있던 편지 다발을 꺼내 보였다. 연탄을 쓰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100여 통의 편지였다. 대부분 70대다. 편지에는 '문재인 대통님(대통령님) 연탄니(이) 비사서(비싸서) 우리가 춥씁니다(춥습니다)' '제발 연탄값을 올리지 마십시오'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허 목사는 "청와대 인터넷 청원도 해봤지만 연탄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아 인터넷을 쓸 줄 모르고, 거리로 나와 집회를 할 형편이 못 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연탄값을 내려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20일간 1700여 명만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유세 때 연탄을 서민의 상징으로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연탄값을 올렸을 때 여의도에서 이를 우려하는 논평을 낸 곳은 민주평화당 한 곳뿐이었다. 허 목사는 "연탄을 쓰는 서민은 여전히 많은데,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허 목사를 시작으로 전국 연탄은행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은 1월 말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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