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우이웃 돕기에 나선 따뜻한 사연들
2018.12.11 / 이데일리 / 논설위원
연말을 맞이했지만 불우이웃 돕기 손길은 예년과 같지 않은 모양이다. 이미 전국 도심 곳곳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설치됐고 지자체별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사랑의 온도탑’도 세워졌지만 시민들의 호응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미적지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기업·학교·단체의 기부 참여도 그동안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래서는 자선단체들이 올해 잡아 놓았던 당초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불우이웃들에게는 더욱 추운 겨울이 될 수밖에 없다.
한동안 반짝하던 경기가 침체 상태에 빠져 버렸으니 누구라도 자기 앞가림이 먼저 걱정되는 탓일 것이다. 곳간이 넉넉해야 인심도 후하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하지만 불우이웃들이 처한 딱한 사정을 살펴보면 지금 분위기가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경우를 사례로 들 만하다. 전국 31개의 연탄은행을 통해 700만장을 후원 받는 게 목표지만 지금 추세로는 목표 달성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봐도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비단 연탄은행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주변에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처지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쪽방촌 독거노인이나 고시방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방학이 되면 학교 급식이 끊어지는 결손가정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겪은 뒤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손보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미흡하다.
그렇다고 지레 낙담할 것만은 아니다. 훈훈한 미담 사례는 올해도 계속 이어진다. 라면상자를 모아 마련한 용돈을 들고 모금함을 찾은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돌맞이 아이가 자라는 세상이 좀더 밝아졌으면 좋겠다”며 모금에 참여한 젊은 아버지도 있다. 벙어리저금통을 들고 자선행사에 찾아온 어린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비록 큰돈이야 아닐지라도 모두 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하나하나의 촛불이다. 오늘도 길거리 모퉁이에서는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차가운 겨울바람을 달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