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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오른 연탄에… 백사마을은 더 춥습니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8.12.07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316

100원 오른 연탄에… 백사마을은 더 춥습니다

2018.12.07 / 조선일보 / 김승재기자

연탄으로 겨울 나는 400여가구
"하루 4장 때다가 3장으로 줄여" "이불 6겹 쌓아 겨우 寒氣 이겨"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주민 김희순(79)씨는 연탄 난로 1대로 겨울을 난다. 지난해 연탄을 하루 4장씩 땠지만 올해는 3장으로 줄였다. 김씨는 "연탄값이 올라 이웃에 몇 장 빌려달라는 말도 함부로 못 한다"며 "요새는 쌀독 비는 것보다 연탄 떨어지는 게 더 불안하다"고 했다.

지난달 정부가 연탄 가격 고시를 개정하면서 연탄 소비자 가격이 장당 700원에서 800원으로 올랐다. 국회에서는 민주평화당만 비판 논평을 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도 조용하다. 하지만 불암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백사마을 400여 가구 주민들에게는 연탄값 인상은 생존의 문제다.

백사마을에는 도시가스가 안 들어온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전체 1031가구 중 418가구가 김씨처럼 연탄 난방을 한다. 지난 6일 김씨 집을 찾았을 때 거실에는 연탄 40여장이 쌓여 있었다. 김씨는 "우리 집에서 제일 귀한 재산인데 밖에 둘 수 있느냐"고 했다.

할머니의 힘든 겨울나기 - 연탄 난로로 겨울을 나는 백사마을 주민 김희순씨가 6겹으로 쌓은 이불 위에 앉아 있다. 김씨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寒氣)를 막기 위해 이불을 쌓아놨다”고 했다. 지난달 연탄값이 100원 오르면서 김씨는 하루 4장 쓰던 연탄을 3장으로 줄였다.
할머니의 힘든 겨울나기 - 연탄 난로로 겨울을 나는 백사마을 주민 김희순씨가 6겹으로 쌓은 이불 위에 앉아 있다. 김씨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寒氣)를 막기 위해 이불을 쌓아놨다”고 했다. 지난달 연탄값이 100원 오르면서 김씨는 하루 4장 쓰던 연탄을 3장으로 줄였다. /고운호 기자

김씨는 안방에 이불 6겹을 쌓아 놓고 그 위에서 잔다. 이불 사이에 고장이 난 전기장판도 끼워져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寒氣)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씨가 겨울을 나려면 연탄이 800~ 900장 정도 든다. 작년 이맘때는 생활비로 절반을 사고 나머지는 '연탄은행'으로 불리는 민간 봉사 단체나 이웃들로부터 얻어다 썼다. 하지만 매년 4만~5만 가구에 연탄을 지원하는 전국 31곳 연탄은행의 창고에는 빈자리가 늘었다.

백사마을 초입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은 지난해 가구당 연탄 150~200장을 지원했지만 올해 지원량을 120장으로 줄였다. 연탄값은 올랐는데 후원금(3억5000만원)은 작년보다 35% 줄었기 때문이다. 후원으로 살 수 있는 연탄도 작년 77만1000장에서 올해 43만5000장으로 반 토막 났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탄을 한 장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후원을 끊었던 기업에도 다시 전화를 걸고, 블록체인같이 새로 생긴 IT 업체도 찾아가 기부를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연탄값이 오른 게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관련 예산을 줄였고, 2008년 장당 400원이던 연탄 가격이 10년 새 정확히 2배가 됐다.

정부는 연탄 가격을 올리면서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던 '연탄 쿠폰' 액수를 31만3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올려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매년 연탄 사용 가구 조사를 벌이는 연탄은행 측은 "정부가 올해 6만4000가구에 연탄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부양 가능한 직계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혜택을 못 보는 에너지 빈곤층이 4만 가구가 넘는다"며 "쿠폰 액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지급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연탄 쿠폰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백사마을 주민 곽오단(85)씨는 "나라에서 연탄값을 보태줘 고마운 마음"이라면서도 "10월부터 연탄을 때는데 쿠폰은 12월이나 돼야 나오니 그전까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사마을의 꼭대기 집에 사는 한동호(77)씨는 "뒤늦게 연탄 쿠폰이 와도 날이 추워 길이 얼면 연탄 배달 업자들이 '위험하다'고 오지 않는다"고 했다. 한씨처럼 지대가 높은 집에서 연탄 배달을 시키면 배달료 포함해 장당 100~200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연탄 쿠폰이 겨울을 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등유나 도시가스, LPG 등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최대 14만5000원)보다는 지원액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연탄 쿠폰 지급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11월 1일로 앞당기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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