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오른 연탄에… 백사마을은 더 춥습니다

김씨는 안방에 이불 6겹을 쌓아 놓고 그 위에서 잔다. 이불 사이에 고장이 난 전기장판도 끼워져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寒氣)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씨가 겨울을 나려면 연탄이 800~ 900장 정도 든다. 작년 이맘때는 생활비로 절반을 사고 나머지는 '연탄은행'으로 불리는 민간 봉사 단체나 이웃들로부터 얻어다 썼다. 하지만 매년 4만~5만 가구에 연탄을 지원하는 전국 31곳 연탄은행의 창고에는 빈자리가 늘었다.
백사마을 초입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은 지난해 가구당 연탄 150~200장을 지원했지만 올해 지원량을 120장으로 줄였다. 연탄값은 올랐는데 후원금(3억5000만원)은 작년보다 35% 줄었기 때문이다. 후원으로 살 수 있는 연탄도 작년 77만1000장에서 올해 43만5000장으로 반 토막 났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탄을 한 장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후원을 끊었던 기업에도 다시 전화를 걸고, 블록체인같이 새로 생긴 IT 업체도 찾아가 기부를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연탄값이 오른 게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관련 예산을 줄였고, 2008년 장당 400원이던 연탄 가격이 10년 새 정확히 2배가 됐다.
정부는 연탄 가격을 올리면서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던 '연탄 쿠폰' 액수를 31만3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올려 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매년 연탄 사용 가구 조사를 벌이는 연탄은행 측은 "정부가 올해 6만4000가구에 연탄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부양 가능한 직계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혜택을 못 보는 에너지 빈곤층이 4만 가구가 넘는다"며 "쿠폰 액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지급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연탄 쿠폰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백사마을 주민 곽오단(85)씨는 "나라에서 연탄값을 보태줘 고마운 마음"이라면서도 "10월부터 연탄을 때는데 쿠폰은 12월이나 돼야 나오니 그전까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사마을의 꼭대기 집에 사는 한동호(77)씨는 "뒤늦게 연탄 쿠폰이 와도 날이 추워 길이 얼면 연탄 배달 업자들이 '위험하다'고 오지 않는다"고 했다. 한씨처럼 지대가 높은 집에서 연탄 배달을 시키면 배달료 포함해 장당 100~200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연탄 쿠폰이 겨울을 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등유나 도시가스, LPG 등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최대 14만5000원)보다는 지원액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연탄 쿠폰 지급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11월 1일로 앞당기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