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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도움으로 성장한 '밥상공동체 20주년'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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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도움으로 성장한 '밥상공동체 20주년'

천막급식소에서 출발…지역사회 복지허브 자리매김2018.04.02 / 원주투데이 / 박수희기자


쌀과 연탄을 매개로 빈곤층에게 사랑과 희망을 나눠왔던 밥상공동체가 20주년을 맞았다. 원주교 밑에서 무료급식소 운영을 시작으로 연탄 나눔, 노숙인쉼터, 일자리 지원사업, 무료집수리봉사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종합사회복지관으로 거듭났다. 

또한, 원주에서 처음 시작한 연탄은행을 전국 31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지역사회 복지기관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민들과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 20년간의 발자취를 되짚어보았다.

▲ 1998년 4월 7일 원주교 밑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모습.

원주교 밑에서 출발
서울에서 목회자로 활동하던 허기복 대표는 봉사자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원주에 정착한다. 1998년 4월 7일 원주교 밑에서 천막을 치고 시작한 무료급식소는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IMF로 실직한 노숙자들과 영세한 주민들이 매끼를 해결했다. 이와 함께 빈민상담, 천막병원 등을 운영하며 종합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겨울을 앞두고 급식소 이용자가 늘어나자 허 대표는 야외 급식소를 실내로 옮기기 위해 모금운동을 펼친다. 새벽1시까지 아파트단지 초인종을 누르며 발로 뛴 결과, 두 달 만에 2천여만 원을 모으게 된다. 그렇게 원주천에서 시작한 밥상공동체는 원인동에 공간을 마련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게 된다.

허 대표는 밥상공동체 주 방문객인 노숙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도내 최초로 노숙인쉼터 '다시서는 집'을 개소하고 노숙인 일자리 창출에 힘썼다. 손수레와 경운기로 폐지를 주워 판매하는 일명 '보물상'을 운영했으며, 실직여성과 영세노인은 헌옷 수거함을 설치해 판매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했다. 그 외 병원도서보급도우미, 버스승하차도우미, 무료집수리개선사업 등 다양한 일자리사업을 펼쳤다.

사업 확대로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원주역 부근에 건물을 임대해 제2급식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평일에만 운영하던 급식소에 주말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허 대표는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봉사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연탄은행 시초가 된 원주
밥상공동체는 2002년 연탄사업을 시작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당시 신림면에서 연탄공장을 운영하던 후원자의 제안으로 시작한 연탄은행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취약계층 300가구를 선정해 연탄을 지원했는데 차량을 구하기 어려워 손수레와 지게로 원인동에서 흥업까지 걸어서 배달했다. 허 대표는 "수십키로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다니며 연탄을 배달해야 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연탄은행을 운영하기 힘들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에서도 연탄후원 요청이 이어졌다. 3개월간 원주와 서울을 오가며 연탄을 배달했던 허 대표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연탄은행 서울지점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던 중 1천여 가구 중 600가구 이상이 연탄을 사용하는 백사마을에 연탄은행을 건립하기로 결정한다. 당초 계획은 지역 교회에서 맡아 운영하기로 했으나 계획이 무산되면서 밥상공동체에서 원주와 서울 두 곳을 함께 운영하게 됐다. 이는 결론적으로 연탄은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국에는 31개의 연탄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원주와 서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각각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하고 있다. 2005년에는 문근영, 정애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북한으로 넘어가 연탄 5만장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에 연탄은행을 세워 영세한 현지인과 고려인에게도 연탄을 지원하는 등 연탄후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 평균연령 78세의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BS청춘라디오.

종합사회복지관으로 부상
연탄은행으로 사업을 확대한 밥상공동체는 2005년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을 설립했으며, 15주년을 맞아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역할 모색을 위해 용역을 실시한 결과 구도심 주민들을 위해 지역사회복지관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듬해인 2013년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으로 시설 신고를 마치고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 지역조직 등 3대 기능 사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실시했다.

저소득아동청소년 가족기능 강화를 위해 진로탐색, 부모교육, 가족캠프 등을 진행했으며, 중년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한 사회참여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추진했던 '깨끗한 우리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과 복지기관이 함께 지역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6년 6월 개국한 BS청춘라디오는 노인 여가 특화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평균연령 78세로 구성된 21명의 아나운서들은 매일 직접 대본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다. 라디오가 진행되는 시간대면 복지관은 방송을 청취하기 위한 노인들로 북적인다.

하태화 부장은 "그동안 밥상공동체는 쌀과 연탄 나눔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복지관 운영을 시작하면서 노인이나 노숙자뿐만 아니라 각 계층별 지역주민들의 욕구 발굴을 위해 각별히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의 발자취
야외급식소에서 시작한 밥상공동체가 지금의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성장하기 까지는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밥상공동체는 수차례 건물을 옮길 때마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 시민들의 모금활동으로만 비용을 마련했다. 건물 임대료를 마련하기 위해 처음 시작한 모금활동은 순식간에 2천만 원을 모았다. 또한, 급식공간이 협소해 인근 부지에 직접 가건물을 지을 때도 봉사자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무료급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면서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실시한 모금활동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로 1억5천만원을 마련해 조립식건물을 신축할 수 있었다. 당시 건물 앞에는 1만 여명의 후원자 이름이 빼곡이 적힌 명단이 걸렸다. 2012년 현재의 복지관을 신축하기 위한 사업비 15억도 모금활동이 큰 보탬이 됐다.

시민들의 참여는 단순한 모금활동에 그치지 않고 연탄지원에도 따뜻한 손길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개별 가족이나 학생, 기업체, 자생단체 및 봉사단체 등이 밥상공동체를 찾아 연탄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일부 학생 및 성인들은 복지관 프로그램에 재능봉사로 지원하는 등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형태로 밥상공동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앞으로의 20년을 꿈꾸며…
밥상공동체는 연탄수요가 감소추세로 돌아서면서 연탄을 추억할 수 있는 연탄마을을 설립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실제 주거하는 지역에 연탄공장을 짓고 연탄체험을 진행하며 연탄박물관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한반도 통일을 앞두고 북한에 연탄과 식사 지원을 위한 밥상공동체 설립에도 힘쓰고 있다. '통일한국 153센터'를 설립해 통일 후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활동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인재육성 사업도 추진중이다.

허 대표는 "밥상공동체가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원주에서 꾸준히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끌어갈 20년도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밥상공동체는 오는 7일 원주교 밑에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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