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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올겨울 버티려면 연탄 1천장은 필요한데"…달동네의 눈물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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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올겨울 버티려면 연탄 1천장은 필요한데"…달동네의 눈물

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서연 정예은 신아현 인턴기자2017/12/06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불암산 자락에 있는 백사마을의 다른 이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다. 이곳 주민대표위원 전병종(65) 씨의 얼굴이 어둡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탄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는 "겨울 한철 나려면 적어도 연탄 600장 정도가 필요하다"며 "연말에 쌀, 김치, 그리고 연탄만 준비해 놔도 겨울을 버틴다는 옛말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연탄 고시가격(공장도 가격)은 지난해보다 19.6% 오른 534.25원이다. 개당 87.5원씩 올랐다. 지난해와 같은 인상 폭이다.

요지부동이었던 연탄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2003년 300원이었던 연탄 소비자 가격은 3년 동안 동결됐다가 2007년 337원으로 소폭 올랐다. 이어 2009년 500원으로 뛴 가격은 2015년까지 유지됐다. 지난해는 7년 만에 전년 대비 19.6% 상승했다. 올해 소비자 가격은 700원(추정액) 정도다.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날이다. 연탄 자원봉사자들이다. 달동네 특성상 길이 가파르고 험하다. 촘촘히 이어진 좁은 골목은 차가 진입하기도 불가능하다. 특히 고지대에 거주하는 가구는 더욱 곤혹스럽다. 연탄 배달 기사들이 이곳을 기피 지역으로 손꼽는 이유다. 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수도권을 포함한 내륙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진입한 11월 27일 오전 서울의 한 연탄공장에서 직원들이 연탄을 옮기고 있다.

20여 명의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단체가 백사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장당 3.5kg씩 하는 연탄을 네 장씩 지게에 지고 10번은 산길을 오르내렸다. 영하권의 날씨이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생전 처음으로 연탄 봉사 활동에 도전했다는 김서연(48·여) 씨는 "우리가 아니면 주민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함께 다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일철(56) 씨 역시 나눔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 씨는 "오늘 우리가 한 봉사 활동이 이웃들에게 인생을 변화시킬 정도로 큰 일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이 20여 분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오르다 두어 번 숨을 고르고 나서야 김마리아(80) 할머니의 집에 도착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비좁은 문 사이로 훈훈한 공기가 새어 나왔다. 밤사이 일을 나갔다가 방금 돌아온 막내 아들을 위해 연탄에 불을 지핀 덕분이다. 김 할머니는 "아궁이가 두 개라서 겨울을 나려면 연탄 1천 장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탄은 사회적 약자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난방 연료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13만464가구가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이중 소외 가구가 5만5천621 가구(42.6%), 기초생활 수급가구가 4만8천52 가구(36.8%), 차상위가구(기초생활 수급자보다 다소 형편이 낫지만 생활고를 겪는 계층)가 1만5천526 가구(11.9%)에 이른다. 모두 11만 가구가 넘는다. 연탄을 사용하는 대부분이 에너지 빈곤층인 셈이다.

보통 연탄을 사용하는 기간은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가구당 평균 사용량은 824장이다. 하루에 3.9장씩 쓰는 격이다. 이제까지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겨울을 버티려면 47만 원 가량이 들었으나 이번에 가격이 인상되면서 10만 원 이상이 더 필요해졌다.

빈곤층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산업부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은 2007년부터 연탄 사용 저소득 가구에게 가격 인상 차액분을 쿠폰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연탄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연탄 쿠폰 지원금을 23만5천 원에서 31만3천 원으로 올린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탄 400여 장을 사면 동나는 액수로 나머지 필요분은 더 주고 사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움츠러든 기부의 손길도 걱정이다.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작년과 비교하면 15% 정도 연탄 기부가 감소했다"며 "올해 목표가 연탄 700만 장인데, 아직 절반도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연탄을 사용하는 분들의 평균 연령이 75세 이상이고, 월 소득 24만 원 미만"이라며 "연탄 관련 정책을 세울 때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가난한 이웃에게 연탄은 소중한 존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연탄 사용 비율은 2.59%이다. 전체 계층의 2배, 일반층의 4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2010년 G20(주요 20개국)에 제출한 '화석연료보조금 폐지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연탄 제조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shlamazel@yna.co.kr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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