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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연탄에 배워서 ‘고위층’이 됩시다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7.11.21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24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연탄에 배워서 고위층이 됩시다

국민일보│ 2017/11/20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연탄에 배워서 ‘고위층’이 됩시다 기사의 사진


날이 추워지면서 연탄을 가득 실은 차량이 고지대 달동네를 부지런히 오갑니다.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참 정겹고 따뜻한 모습입니다. 20여년간 밥과 연탄 등을 나누면서 연탄처럼 친근하고 매력적이며 이타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시커먼 연탄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장당 무게가 3.65이나 되고, 불이 붙으면 최고 800도까지 올라가 엄동설한에도 방안을 훈훈하고 따뜻하게 합니다. 연탄불로 밥을 하고 물을 데워 세수는 물론 머리도 감고 빨래도 하며 연로하신 어른들은 큰 대야에 물을 담아 목욕까지 합니다. 함박눈 내리는 날 연탄재에 눈을 묻혀 굴리면 눈사람이 되고, 미끄러운 길에 다 탄 재를 깔면 연탄길이 됩니다. 더욱이 요즘같이 살림살이가 빠듯하고 어려운 때에 하루에 연탄 45장만 있으면 방안이 따뜻하니 효자노릇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연탄을 장당 100원씩 인상해 700800원이 된다니 정부 정책이야 어떻든, 없는 사람들 생각에 비애감이 듭니다. 연탄은행에서 4개월간 전국연탄가구조사를 해보니 13464가구 중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었습니다. 75세 이상 고령층에 월 소득 24만원 미만자가 많았습니다. 각종 질병과 노인성질환에 시달려 의료비와 난방비가 월 소득의 70%나 차지합니다. 그러다보니 단돈 100원이 아쉽고 연탄을 제때 구입하지 못하면 냉방에서 지내야 합니다.

 

청와대에서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두 모녀가 쓰러져가는 집에서 연탄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가정을 위해 사랑의 연탄을 지게에 지고 광화문을 지나간 적도 있습니다. 이만큼 우리 사회엔 양극화와 빈곤의 고착화로 고통받는 이웃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부터 근검절약하고 사랑의 연탄후원금도 더 높여서 이웃을 돕고 섬겨야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나아가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누기 운동을 통해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열정을 쏟겠다는 기도도 드려봅니다.

 

정말 날은 추워오고 수은주는 영하 89도 밑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포항엔 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집에 있던 연탄도 다 무너져 내려 고통 겪는 분들의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러한 때 나부터 커피 한잔이라도 아끼고 마음과 성금을 모아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사랑의 연탄봉사가 확산되면서 요즘 연탄봉사를 하지 않으면 고위층(高位層)이 아니라는 재미난 말이 회자된다고 합니다. 연탄은행을 처음 설립한 사람으로서 보람도 있지만, 이 말의 진의는 사회 지도층이나 기업, 공공기관 등은 이웃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된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배려란 도와주고 살펴주는 마음 혹은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진정한 고위층이란 고통받는 이웃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층, 바로 그 사람이 고위층이 아닐까 합니다. 연탄 같은 따뜻한 마음과 이타정신으로 고위층(高位層)이 아닌 고위층(苦慰層)이 되어야겠다는 도전을 재차 해봅니다.

 

허기복 목사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섬김이)

만 14세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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