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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 춥지 않아요˝…달동네 백사마을에 '비타민 목욕탕'
  • 게시판 작성일 아이콘2016.11.07
  • 게시판 조회수 아이콘조회수 820

"이제 겨울이 춥지 않아요"

 달동네 백사마을에 '비타민 목욕탕'

 

송고시간 2016/11/07 09:53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온라인 모금운동에 각계 온정 답지

60대 익명 재일교포 세탁기 구입비 100만원 기부도


 

1960년대 후반 남대문과 청계천 등 재개발로 오갈 데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몰려들어 형성된 마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산 104번지 '백사마을'.

약 1천 세대 가운데 600여 세대가 4~5평 남짓 되는 단칸방에서 연탄불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는 고지대 달동네다.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가정이 대부분인데도 마을에 목욕탕이 없어 부엌에서 연탄불에 물을 데워 씻어야 하는 형편이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목욕탕을 가는데 최소한 걸어서 30분 정도 걸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목욕비와 교통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씻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런 이 마을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마을이 생긴 지 거의 50년 만에 처음으로 오는 8일 마을 초입 서울연탄은행 연탄공간 앞에 무료 마을 공중목욕탕이 문을 여는 것이다.

 

23평 크기의 목욕탕 안에는 커다란 욕조에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진다.

목욕탕 내 세탁방도 완비돼 이용객은 수건만 가져가면 된다.

 

'비타민 목욕탕'이란 간판이 붙은 이곳은 앞으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금요일 오전 10~12시, 오후 1~4시까지 운영된다. 이용신청서를 서울연탄은행(☎1577-9044, 02-934-4933)에 제출한 뒤 회원카드를 받아 사용하면 된다.

 

'작은 기적'이 시작된 것은 작년 여름 마을 간담회 때.

 

"겨울에 따뜻한 물로 목욕할 수 있는 목욕탕이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사회복지단체 '밥상공동체 서울연탄은행'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6천300만 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마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울연탄은행은 1년여 준비 끝에 지난 6월부터 '달동네 어르신들 목욕탕 세워주기'라는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펀딩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시민 600여 명의 자발적인 기부로 2천여만 원이 모였다.

나머지 경비는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오키나와의 한 60대 교포는 모금 소식을 듣고 목욕탕에 설치할 세탁기 구입비 100만 원을 기부한 뒤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이 서울연탄은행에 전화를 걸어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써달라"며 400만 원을 입금했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신나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 12명은 교실에 저금통을 만들어 모은 10만 원을 기부했다.

 

이 동네 박해숙(82) 어르신은 "마을이 생긴 이래 최대 경사로, 로또를 맞은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운영을 맡은 서울연탄은행에는 "이제 연탄불에 물을 데우지 않아도 목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언제 목욕탕 문을 여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운데도 달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작지만 많은 사람의 사랑에 놀랐다"면서 "비록 작지만, 사랑이 넘치는 목욕탕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998년 시민운동으로 설립된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은 무료급식, 잼있는 노인일터, 노숙인 자활쉼터 등을 운영하는 가운데 2002년 12월 원주지역에 처음으로 연탄은행 설립, 현재 서울·인천·전주·부산 등 전국 31개 지역과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 등 해외에 연탄은행을 설립, 에너지빈곤층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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