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박순복 할머니 한글교실 수료
내 이름 쓰는 게 꿈이었는데…
박순복(89) 할머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료증을
받게 돼 가슴이 설렌다. 밥상공동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글교실에서 12주 동안 한글을 열심히 공부한 결과 89년 만에 '박순복'이란 이름 석자를
스스로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한 박 할머니는
일찍 삶의 전선으로 내몰려야 했고, 그렇게 89년이 흘렀다. 글이나 책, 공부같은 단어는 자신과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밥상공동체에서
한글교실을 운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용기를 내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한글교실에는 박 할머니와 같은 80대 어르신
1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교육 초기에는 '가나다'를 배웠고 열심히 연습한 결과 본인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 폐지를 주워 번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은행원이 이름을 대신 작성해주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한글교실에서는 대학생들이 선생님이다.
김누리(24·상지대), 이지연(26·원주연세대), 구수진(25·충남대), 최면규(20·강릉원주대학교) 씨가 자원봉사로 어르신들의 한글수업을
돕는다. 어르신들은 수업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한글을 배울 수 있게 됐고 응급상황시 대처해야할 요령 등도
교육받았다.
김누리 씨는 "어르신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인의
이름을 작성한 순간 감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박 할머니는 "한 평생 내 이름 석 자 쓰는 게 꿈이었는데 한글교실을 통해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원주투데이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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