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행복센터 준공 "감사합니다"
5만여명이 14억원 후원해 건축 빈곤층
여유있는 식사 가능해져
2002년
1,000장으로 시작한 연탄은행 전국 31개 지역에 33호점
2년 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도 연탄은행 세워 고려인 등에 도움
강원가정복지·다문화신문 2013. 3. 30.
제79호
급식공간이 넉넉해졌다. 진득하게 앉아 식사를 마칠 여유도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었다. 건물 내부는 쾌적하고 해가 들어 환하고 따스하다. 3월 13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 행복센터가 준공됐다. 낮은
언덕에 번듯하게 들어섰다. 급식소에서 도시락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옷차림은 아직도 겨울이지만 얼굴엔 일찌감치 봄이 찾아 왔다. 행복센터 현관
오른쪽에 마련된 청춘카페엔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야 앉을 수 있었던 급식소는 추억의 장소가 됐다.
3층 어르신공부방에는 어르신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무슨 책 읽으세요? 이
방에서 박사 나오시겠어. 고시도 패스하고." 책을 읽던 어르신 한 분이 허 목사의 너스레에 몸 둘 바를
모른다.
행복센터 준공식에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과자
빵 사탕 과일 등이 모두 먹고도 세 광주리나 남았다. "이거 모두 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축하선물로 가져오신
겁니다. 간식으로 다 나눠드리고도 이렇게 많이 남았어요. 할머니! 이거 제가 다 먹어도 됩니까? 저 먹으라고 가져오신 거죠?"
허 목사가 빵 하나를 들어 맛나게 먹었다. 손주의 재롱을 보는 듯 할머니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허 목사는 어떻게든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새벽같이 서둘러 칼국수를 밀어 온 할머니, 아끼던 내복을 가져 온 공동체 식구도 있다. 김봉구(46.가명) 씨는 교도소
출소 후 새벽시장과 풍물장에서 배추장사를 하고 있다. 교도소에 있을 때 목사님 가족이 영치금도 넣어주시고 먹을 것도 나눠주셨다. 목사님한테
신세를 많이 져 뭐든 하고 싶다. 내복이 한 벌 있어서 없는 사람 주라고 갖고 왔다. 옛날엔 여기서 밥도 많이 얻어 먹었다. 배추 팔다가 남으면
행복센터에 다 갖다 줄 생각이다."
행복센터의 주인은 가난한 이들이다. 지난 해 6월부터 복지소외계층을 위해 시작한 '만원감동 행복센터 세우기' 운동으로 5만 여명의 후원자가
14억 여원을 마련했다. 15년 전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시작한 쌍다리 둔치의 무료급식소가 더 많은 사람들의 외로움과 배고픔을
덜어주기 위한 장소로 거듭났다. 2002년 1,000장으로 시작한 연탄은행은 전국 31개
지역에 33호점이 만들어졌다. 2년 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세운 연탄은행을
통해 저소득층과 고려인 가정에 1년에 10만장씩의 연탄을 공급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북동쪽의 산악국가다.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이하 빈국으로 난방요금이 비싸 에너지 빈곤층이 많다. 겨울철 동상에 걸리는 아이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연탄공장이
가동되면서 에너지 빈곤층과 고려인들의 외화벌이와 자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올해의 주요계획 속에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운영이 들어있다. 허 목사는 밥상공동체와 마찬가지로
다문화가정지원도 시민운동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이라는 말이 차별과 편견을 부추긴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 녹여내는 용어와 개념이 필요하다. 복지가 돈 버는 기업개념이 되어선 안 되는
것처럼 다문화 관련사업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접근방법으로 실적위주의 사업이 아닌 실용성 있는 사업으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 노숙자, 할머니들처럼 결혼이주여성도 자금관리를 못한다. 돈을 다루는 사람들의 프로그램이 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과 연계한 건전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행복센터 준공감사 백일장에서 입선한 이옥재
어르신의 글이 겨우내 움츠린 마음을 덥힌다. 삐뚤빼뚤 맞춤법도 글씨도 서툴지만 한 자씩 꼭꼭 눌러 쓴 글에는 밥상공동체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다. '갈 때도 업다가
기달리는 게 힘들었는데 이렇게 멋있게 건물은 우리 힘으로 지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밥도 커피도 공부도 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꼭
발전하세요.'
행복센터는 모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희망의 요람이며 이웃의 배고픔과 추위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기적의 장소다. '98년 초심으로, 100년을 향하는 공동체' 라는 슬로건처럼 복지와 자활, 나눔과 섬김의 기운이 오랫동안 세상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추길 소망한다.
전경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