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12.(목) / 조선일보 / 한영원 기자, 김수아 기자
“충성! 경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사회복지단체 서울연탄은행 건물에 우렁찬 인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지범(40) 밥상공동체복지재단 팀장의 인사에 제복을 갖춰 입은 국가유공자 어르신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연탄은행과 보훈부가 홀로 지내는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준비했다. 60여 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뜨끈한 사골떡만두국, 잡곡밥, 잡채, 육전, 취나물 무침을 먹었다. 6·25 참전 용사 최영식(95)씨는 이날 행사의 최연장자였다.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며 “나를 잊지 않고 이렇게 예우해 주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따뜻한 한 끼’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이날 행사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인천·대전·전주·원주 등 전국 각지의 연탄은행에서도 진행됐다.
월남전 참전 용사 조규진(80)씨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1970년 8월 제대했다. 제대 후 40년간 공장용 기계를 운송하는 일을 하다 최근 몸에 무리가 와 일을 쉬고 있다. 짙은 베이지색 제복 차림으로 온 그는 만둣국으로 속을 데우며 “몸은 망가졌지만 나라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고 했다.
식판 가득 음식을 받아온 월남전 참전 용사 신인순(80)씨는 “유공자들을 위한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숟가락을 들었다. 맹호부대 수도사단 소속으로 베트남에 파병됐던 그는 “요즘 한국이 주목받는 나라가 된 것을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어깨 한번 들어보세요.” “어디가 아프셔요?” 이날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수지침 봉사도 이어졌다. 봉사단원 5명이 긴 테이블에 일렬로 앉아 어르신들의 손바닥을 꾹꾹 눌렀다.
서울연탄은행 관계자는 “계속되는 고물가와 채소 가격 폭등으로 식단 준비에 어려움이 많지만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국가유공자 서시웅(80)씨는 “나라를 지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쓸쓸히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이렇게 예우해 주니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