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4.(수) / 국민일보 / 김용현 기자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 인터뷰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이 소외계층에 나눈 연탄이 곧 누적 1억장을 넘어설 예정이다. 2002년 강원도 원주에서 허기복 목사가 연탄 지게를 지기 시작한 지 24년 만이다. 3.65㎏의 연탄을 수없이 맨손으로 나르다 닳아버린 허 목사의 손가락 지문은 이제 사무실 도어록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허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월이 지나면 설립 이래 누적 나눔 1억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 같다”며 “지름 15㎝ 연탄을 한 줄로 세우면 서울과 부산을 40번 가까이 도는 거리인데,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대기록에 대한 기쁨보다 현실의 무거움이 묻어 나왔다. 예년보다 저조한 나눔 실적 탓이다. 연탄은행은 이번 동절기 나눔 목표를 500만장으로 잡았으나 겨울이 끝나가는 현재 달성한 수치는 약 272만장에 그쳤다. 허 목사는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기부 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빈곤층의 삶이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게 내가 조금 더 열심히 뛰지 않아서인지, 내가 유명 연예인이었다면 더 많이 모으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최악의 여건 속에서 272만장이라도 모을 수 있었던 건 이름 없는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이 십시일반 참여해 준 덕분이다. 허 목사는 “모금 단체들이 모두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만큼이라도 나눌 수 있었던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연탄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지금부터다. 통상 2월이 시작되고 봄을 앞두면 연탄 후원은 급격히 줄어든다. 허 목사는 “어르신들은 봄이 오면 연탄을 더 아끼려고 하는데, 그래서 일교차가 큰 봄 추위가 더 견디기 어렵다. 빈민촌 어르신들은 5월까지 연탄에 난방을 의지한다”며 “창고는 비어가는데, ‘염치없지만 혹시 50장만이라도 남은 게 없냐’며 어렵게 입을 떼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탄은행 측은 모아 둔 연탄이 부족해 3월로 예정했던 울릉도 지역 나눔 일정도 4월로 연기했다.
연탄 나눔 20여년이 흘렀지만, 삶이 나아지기보다는 열악해진 연탄 사용 계층이 허 목사의 눈에 여전히 밟힌다. 그는 “‘남들 눈에는 검은 덩어리지만 우리 집에선 금덩어리보다 귀한 금탄’이라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려고 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다시 현장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허 목사는 “전국 연탄 사용 6만 가구 중 당장 지원이 시급한 2만여 가구에 한 달 치 연탄이라도 보내드리려면 최소 150만장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탄 한 장값 900원이면 추위에 떨고 계실 한 명의 어르신이 4시간 동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소외된 분들에게 잠시나마 온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